저희 아버지는 2023년 6월7일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대장암 진단을 받기 전 여러 증상부터 현재 항암 치료 중인 과정을 공유하여 여러 암 환자분들과 가족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 대장암 진단 전 생활 패턴
1) 잦은 음주, 자극적인 음식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셔서 거의 매일 반주하셨어요. 또 친구분들과 일주일에 서너 번은 술자리를 가지셨어요. 대부분 안주가 그렇듯 자극적인 음식도 매일 드셨습니다. 흔히 알고 있는 맵고 짠 음식이요. 집에서도 아주 매운 고추와 고추장에 절인 마늘을 반찬으로 늘 드셨어요. 술을 많이 드시는 게 항상 걱정되었지만, 그만큼 열심히 운동도 하셔서 누가 봐도 건강하고 근육 많은 아저씨였어요.
2) 병에 대한 괄시
잔병치레 없이 늘 건강하셨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건강에 대한 자부심도 있어서 아파도 그냥 참고 넘기셨던 것 같아요. 우리 회사에서 가족 1명까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어 아버지가 건강검진을 받으셨는데요. 지금까지 대장내시경을 한 번도 안 해보셨다고 하셔서 해보시라고 권유하니, "검사가 너무 굴욕스럽고 나는 아주 건강해서 분변검사만 해도 충분하다."며 검진 날짜를 바꾸면서까지 내시경 검사는 안 하셨어요.
그리고 코로나19 시국 때, 아버지가 "엄마 백신 주사 맞았다. 나는 안 맞았다." 이렇게 얘기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왜 안 맞았냐고 여쭈니 본인은 건강해서 안 맞았대요. 그 얘기를 하고 계시는데, 팔에 주사 반창고를 붙이고 계셨어요. 이 반창고는 뭐냐 했더니, 그제야 맞았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맞기 싫었는데 나라에서 맞아야 한다고 해서 맞았다고…. 그때는 자존심 세우시는 게 귀여우셔서 웃고 말았는데, 식습관과 병에 대한 괄시로 인해 암을 키운 것 같아요.
2. 대장암 진단 전 증상과 과정
1) 소화불량, 배변 문제
대장암을 진단 받기 수년 전부터 항상 속이 더부룩하고 배변도 잘 안되어서 유산균을 항상 챙겨 드셨어요. 유산균도 한 브랜드만 드시니 어느 순간부터는 효과가 없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브랜드로 바꿔 드셨어요.
2) 맹장 수술
2023년 3월 어느 날 밤에 계속 시름시름 앓으시고, 식은땀과 오한이 드셔서 응급실에 가보자고 하니, "기름기 많은 과자를 먹어서 그런 것 같다. 컨디션이 안 좋아 약을 챙겨 먹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지켜보다가 결국 새벽 5시경에 근처 2차 병원 응급실에 갔고, 맹장이 약간 터졌다며 오늘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때까지도 맹장은 가벼운 수술이라 생각하고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수술 침대에 누워있는 사진을 찍고 장난치며 "아빠가 이런 날도 있네."하고 농담했어요.
수술은 잘 끝내셨고, 맹장 수술을 하고 1개월 이내에 회복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쏙 빠졌던 살이 다시 안 붙고 체력도 계속 약해지시더라고요. 컨디션 때문인지 늘 밝았던 모습은 사라지고 계속 축 처져있기만 하셔서 지켜보는 저희도 마음이 안 좋았어요. 병원에서는 뭐라고 하냐고 여쭈니 별말씀이 없으셨고요.
암세포로 인해 장과 관련 있는 기관에도 문제가 생겼다고 추측합니다.
3) 암 의심 진단
그러다 5월에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져서 어머니와 함께 수술했던 병원에 진료 예약을 하고 다녀오시기로 한 날, 퇴근 후 부모님 표정이 너무 안 좋으시더라고요. "엄마, 오늘 병원에서 뭐래? / 좀 안 좋단다. / 왜 암이라도 걸렸다나? / 암일 가능성이 90%란다. 정밀 검사해 봐야 확실히 안단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증상이라 쉽게 암이라는 단어를 꺼냈던 저 자신이 너무 어리석게 느껴졌어요.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더라고요. 검사는 일주일 뒤 하기로 했고, 결과는 그 일주일 뒤에 나온다네요. 그리고 암 판정을 받으면 수술은 한 달 뒤에 복강경으로 진행하면 된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얘기하셨대요.
4) 암에 대한 정보 수집
친구가 '동행'이라는 카페를 소개해 줘서 미친 듯이 대장암에 대해 알아봤어요. 다들 간절한 만큼 서로 위로, 격려를 해주시고 정보도 적극적으로 알려주셨어요. 암에 관한 많은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사견도 종종 있으니 취할 정보를 잘 판단해 주세요.